아름다움이 뭔지 보여줄게.. 이 소설책을 추천합니다.
오늘의 책은 김훈 '개' 2021년 개정판이구요.
글감 찾다가 포기. '개'로 검색하니 '백 개 매듭 대나무', '나와 개의 시간' 등등 2,291개의 검색결과가 나왔다.
하... TISTORY... 제발.... 이러지 마. 개로 치면 개가 먼저 나와야 할 것 아니야....
아무튼 오랜만에 읽은 소설책
기억에 남는 구절
<가장 많이 논란이 된 부분>
거기서 엄마는 맏형을 삼켰다. 엄마는 맏형을 세상에 내보낸 것이 잘못되었거나 너무 일렀다고 생각했던 거다.엄마는 맏형을 다시 엄마의 따스하고 축축한 몸속으로 돌려보내기로 작정했고, 맏형은 엄마의 몸속으로 다시 다시 돌아갔다. 그렇게 맏형은 죽었다. 죽었다기보다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엄마의 몸 속으로, 그 어둡고 포근한 곳으로.
이건 뭐랄까.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나는 그럴 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했다. 제대로 먹지도, 일어서지도 못하는 개를 엄마 개가 삼켰기 직전에 과연 엄마개는 무슨 생각을 해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일까? 그게 더 자식을 위한 것일 거라고 판단 하지 않았을까?
<개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
- 신바람! 이것이 개의 기본 정신이다.
- 개들은 언제나 지나간 슬픔을 슬퍼하기보다는 닥쳐오는 기쁨을 기뻐한다.
- 개에게 중요한 것은 언제나 현재일 뿐이다
- 지나간 날들은 개를 사로잡지 못하고, 개는 닥쳐올 날들의 추위와 배고픔을 근심하지 않는다.
<개가 바라보는 인간>
"개보다 사람들이 더 불쌍해 보일 떄가 많다. 불쌍해 보일 때, 사람들의 어깨는 늘어뜨리고 고개를 숙이고 눈동자의 초점이 흐려지면 그건 사람들이 슬퍼하고 있는 거다. 사람들은 따스한 집과 옷과 밥이 없으면 살 수가 없다. 사람들은 부모 형제와 이웃과 논밭이 없으면 살 수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집을 짓고 모여서 마을을 이루고 우물을 파고 땀 흘려 논밭을 일군다. 또 죽은 사람을 잊지 못해서 산소를 만들고 모여서 제사를 지낸다. 사람들은 개처럼 저 혼자의 몸으로 세상과 맞부딪치면서, 앞다리와 뒷다리와 벌름거리는 콧구멍의 힘만으로는 살아가지를 못한다. 나는 좀 더 자라서 알았다. 그것이 사람들의 아름다움이고 사람들의 불쌍함이고 모든 슬픔의 뿌리라는 것을."
"청소하다 말고 물동이의 물을 서로 끼얹으며 장난치던 일이학년들은 영희가 가까이 오면 모두 깔깔 웃어대며 달아났다. 장난칠 때 아이들은 다람쥐처럼 빨랐고 종달새처럼 재재거렸다.
앞발을 창물틀에 올리고 사람처럼 뒷다리로 서서 교실 안을 들여다보면서, 나는 정말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가 사람이 될 수 없는 것은 내가 달을 밟을 수 없는 것과 같다. 내가 사람들 아름다움에 홀려 있을 때, 사람들은 자기네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을 읽을 때, 어디서 본 서평에 인간이나 개나 한 번 태어나면 개고생 하면서 사는 인생이라고, 안 태어나는 게 상책이라는 말을 봤다. 솔직히 깜짝 놀랬다. 나의 생각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우리 인간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아름다운 지(?) 내 남편과 우리 딸이 얼마나 예쁜지 생각했다. 나는 과연 다시 태어나도 인간으로 태어나고 싶나? 그렇다! 나는 그렇다!
나는 정말이지 오래오래 이 땅을 밟으며 느끼며 기뻐하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