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새댁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는 결혼 4년차가 되었다.
지금까지 결혼생활을 해보면서 솔직하게 느끼는 게 있다면 결혼한 유부녀로 산다는 건 생각만큼 행복한 일이 아닐지도...
이전과는 달라지는 환경, 대인관계, 생활 방식등은 이전과는 다른 삶이기에 혼란 그 자체다. 그래서 적응이 필요하다.
그 와중에 남편과 싸우기라도 하면 '내가 이러려고 결혼했나?' 생각이 들면서, 차라리 혼자 지내는 게 마음 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가까운 친구들에게는 "야, 결혼하지 마. 절대로 결혼하지 마." 라는 말만 늘어 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나는 결혼생활이 너무 행복하다. 나는 왜 이렇게 행복한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 그 원인 중 하나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바로 '시댁 가족들과 잘 지내기이다.'
뭐라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서 시댁 가족들과 잘 지내야 한다고?
맞다.
사실, 우리 남편은 세상 자상한 남편, 세상 착한 남편으로 싸울 일이 많이 없다. 하지만, 그런 우리에게도 싸우는 일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시댁'과 관련된 일에서는 항상 의견이 나뉘었고, 그럴 때마다 우리는 의견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그렇게 몇 년을 명절때마다, 시댁 가족들을 만날 때마다 싸웠다. 잊을만하면 명절이 돌아왔고, 어머님 아버님 생신에, 어버이날에, 남편 생일, 내 생일, 할머니 생신 등등 우리는 어머님 아버님을 한 달에 한 번꼴로 봐야했고, 나는 나도 모르게 여기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시댁 가족들과 잘 지내는 게 행복한 결혼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 이 글을 다 읽을 때쯤이면 이해하게 될 것이다.
<시댁 가족들과 잘 지내는 법>
1. 포기해라
하자는 대로 다 해줘라. 나는 3년동안 큰집에, 시댁에, 1박2일 여행에 모든 시댁 행사에 다 동의했다. 좋아서 그랬던 건 절대 아니다. 단지, 내가 안가면 남편의 입장이 어떠할지 그것만 생각 했다. 이미 30년 넘게 참석한 모든 가족 행사에 갑자기 결혼하고 참석하지 않는다면 모든 시댁 식구들은 당신을 미워하게 될 것이다. 결혼하자마자 밉보일 필요 없다.
2. 좋은 며느리가 될 생각은 하지마라
나는 처음에 좋은 며느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카톡 답장 하나 하는 것도 띄어쓰기를 제대로 했는지, 한글 틀린 건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답장했다. 어머님께 전화를 해야 할 상황이면, 심장이 두근 거릴 만큼 저항감이 있었다. 어떠한 면으로는 상사보다 더. 그래서 좋은 며느리가 되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 했다. 하지만 좋은 며느리가 될 생각을 버리게 되자, 진짜 좋은 며느리가 되었다. 내가 부담을 버리니 가식 없는 진심으로 시댁 가족들을 대했고 그렇게 진짜 가족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도 좋은 며느리가 될 생각은 절대 하지마라. 내가 부담이 되면 그 관계는 벌써 무거운 관계가 된다.
3. 고맙다고 생각해라
우리 어머님은 처음부터 이불이며, 그릇이며, 수건이며 종종 살림거리를 보내주셨는데 그럴때마다 나는 이런 건 내가 알아서 사도 되는데, 아 이건 내 취향이 아닌데, 하면서 입툭튀로 변신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미라클모닝을 하면서 감사일기를 쓴 적이 있는데 이 때 어머님이 보내주신 살림거리가 고맙다고 일기장에 그냥 적어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렇게 딱 적고나자마자 진짜 그런 마음이 들었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니
얼마나 예쁘면 이런 것까지 보내주실까~? 항상 어머님네꺼 사시면서 내 생각났다고 하나 더 사셨을 어머님 마음 생각하니 너무나도 감사해서 혼자 울컥했다. 잘 되진 않겠지만 일단 해보면 효과가 크다.
4. 작은 부탁을 해라
경상도 아버님은 나에게 직장상사보다 더 어려운 분이셨다. 게다가 우리 아버님은 성격이 윽스로 쎄신 분이라 아예 접근 불가.... ㅠㅠ 말 한마디 붙이기 무서웠고, 그렇게 2년 동안 서로 거의 말을 걸지도 하지도 않았다.... 항상 아버님이랑 친해지고 싶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서로 어색해한지 2년이 지나서야 나는 아버님께 다가가기로 용기를 냈다.
우리 아버님 취미가 독서이신데, 보고 싶은 책 한 권만 빌려달라고 작은 부탁을 했다. 그랬더니 아버님은 흔쾌히 책을 빌려주셨고, 그 책 외에도 좋은 책이 있으면 꼭 읽어보라고 책을 빌려주신다. 지금은 어머님 만큼이나 아버님도 너무 좋다.
5. 반응형 며느리가 되어라
반응하기 귀찮다. 맞다. 하지만 이거 해보니 효과도 좋고 특히나 재밌다.
예를 들면, 어머님이 장 봐오셨다면서 "이건 며느리꺼" 하면서 장 봐온 물건을 꺼내실때마다 "오~" "와~" "꺄~" ㅋㅋㅋ 하면서 반응하면 엄청 좋아하신다. 덩달아 나도 웃기고 재미있다. "오","와","꺄" 3종 세트를 기억해라.
6. 할 말만 해라
시댁 가족 앞에서 말을 하면 할 수록 나에게 플러스보다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게 어떤 주제가 되었든, 나의 입장과 어머님의 입장은 360도 다르기 때문이다. 가령, 어제 남편과 같이 야식 먹은 이야기를 하면 우리 어머님은 밤 늦게 먹지말라며 폭풍 잔소리를 하신다. (신랑이 뚱뚱하기 때문에) 그래서 주로, 어머님 이야기를 경청하거나, 아니면 꼭 해야 할 말만 하고 끝내라. 이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7. 없는 것보다 있는 게 훨씬 낫다.
옛날에 한 달에 한 번씩 시댁간다는 회사 언니의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자주?" 했는데 지금 나 역시 한 달에 한 번은 시댁 가족들을 만나고 있다. 처음에는 이렇게 까지 자주 볼일인가? 우리 엄마보다 더 자주보는 것 같다며 마음속으로 나름 억울함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가 태어나는 순간 어머님 아버님은 내 새끼의 물주(?)가 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옷이며, 신발이며, 장난감이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다가 시터(?)도 자처하시니 이 얼마나 행복한가!!!
엄마 아빠 사랑도 중요한데,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은 또 다른 사랑이다. 기왕이면 많은 가족들이 내 새끼를 사랑하고 아껴주면 좋지 않은가? 자존감이 높고, 사랑이 넘치는 아이는 그만큼 많은 어른들의 역할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결론
시댁과 가까이 잘 지내면 나도, 남편도, 아이도 모두 행복하다. 그러면 우리 엄마도, 아빠도 행복해 하신다.
그러나 너무 '네네' 하면 만만이가 된다.그러니 적당히 NO라고 한 번씩 하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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